지난 9일, X 계정 How To Prompt(@HowToPrompt__)가 올린 짧은 글 하나가 하루 만에 조회수 10만 회를 넘겼다. "하버드와 MIT가 83억 명의 가상 인구를 담은 AI 시뮬레이션을 만들었다. 지구 전체 인구와 맞먹는 규모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게시물은 이 프로젝트를 'MatrAIx'라 부르며, GPT와 Claude 같은 프런티어 모델이 이를 구동하는 "인구 규모 디지털 시뮬레이션 인프라"라고 소개했다.
SNS에서 이 정도 스케일의 주장이 퍼지면 대개 과장이거나 오역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확인해보니 이번엔 완전히 지어낸 이야기는 아니었다. "MatrAIx: Simulating the World with 8.3 Billion Persona Agents"라는 논문이 실제로 존재하고, MIT 미디어랩의 'Large Population Models' 프로젝트 페이지에도 관련 내용이 올라와 있다. 공식 사이트는 matraix.ai다.
83억은 '사람'이 아니라 '데이터'였다
다만 숫자의 정체는 트윗의 인상과 다르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Persona 8B'라는 데이터셋으로, 1,290개 카테고리 차원으로 표현된 83억 개의 페르소나 레코드다. 즉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가상 인격 83억 개가 동시에 돌아가는 게 아니라, 83억 건의 인구통계·행동 특성 조합이 데이터베이스 형태로 존재한다는 뜻이다.
더 중요한 지점은 실사용 규모다. 연구진이 품질 필터링을 거쳐 실제로 공개한 코어셋은 약 100만 명 규모이고, 이 중 59만 9,847명은 실제 인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나머지 40만 명은 합성으로 만들어졌다. 바이럴 게시물이 말한 '83억 명 시뮬레이션'과 실제 가동 규모 사이에는 세 자릿수 배율의 격차가 있는 셈이다.
'인류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제품 사전 테스트 인프라'
MatrAIx가 실제로 하는 일도 SF적 상상과는 거리가 있다. 'MatrAIx Playground'는 설문(Survey), AI 챗봇, 웹, 앱이라는 4개 환경에서 페르소나 에이전트들이 디지털 제품을 사용해보고 반응을 남기도록 설계된 도구다. 연구팀은 8개 과제에 걸쳐 1만 8,189회의 평가 트라이얼을 수행했고, 이 에이전트들은 Claude Opus 4.8, GPT 5.5, Claude Haiku 4.5 세 개 모델로 구동됐다.
이렇게 보면 MatrAIx의 실체는 '가상 지구'가 아니라, 실제 사용자를 모집하기 전에 대규모 합성 페르소나 표본으로 설문·UX·마케팅 메시지 반응을 미리 시험해보는 리서치 프리테스트 인프라에 가깝다. 신제품 설문 설계나 챗봇 응대 튜닝에서 사람을 구하지 않고도 다양한 인구통계 반응을 빠르게 스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프런티어 모델을 활용한 시장조사 자동화의 한 사례로 볼 만하다.
다만 확인되지 않은 부분도 있다. 합성 페르소나 40만 명이 실제 인간 응답과 얼마나 유사한 편향을 보이는지, 그리고 이 코어셋이 실제 시장조사·UX리서치 결과를 얼마나 정확히 대체할 수 있는지는 아직 검증된 바 없다. '지구 전체를 시뮬레이션했다'는 표현은 마케팅 문구에 가깝고, 실제 학술적 성과는 대규모 페르소나 데이터셋과 평가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는 데 있다는 점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